사월날씨 작가의 에세이 <수치심 탐구 생활>은 개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수치심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저자는 오래 지속되어 내면화된 수치심이 어떻게 성격처럼 고정되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한다. 수치심은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깊은 불안으로, 세상과 타인과의 어긋남, 그리고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는 완벽주의와 자기의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러한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자아 형성에 영향을 주는지 다룬다.

이 책을 통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감의 원인이 수치심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가 힘든 이유나 모임에서 나만 삐걱대며 어긋난 느낌을 자주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혹여나 들킬까 싶어 과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곤 한다. '때에 따라 교묘하게 옷을 바꿔 입는 수치심은 부정적인 감정들의 핵심에 단단히 똬리를 틀고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건드려지면 불쑥 나타나 온몸의 혈관을 타고 재빠르게 흘러 나를 지배하고 마비시킨(p. 13)'다.
내가 속한 가정과 사회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감정과 욕구를 억누른 채 성취와 성공을 향해 달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해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풍부한 감정과 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한 채로 한국 사회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맞춰왔고, 잘해냈고, 상당 부분을 이뤄냈다. 하지만 만족하기도 전에 다음 성취를 위해 계속 달려나갔다. 집착이 생기면서 몸과 마음도 상했다.
수치심에는 '자기애의 감춰진 동반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심리학 연구자들은 수치심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가 바로 자기애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무력하다는 느낌을 보상하기 위해 과장된 자기애를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을 억제하는 내현적 자기애가 수치심과 관련이 더 크다고 알려져있다.
p. 59
저자처럼 나의 '수치심은 성취를 밟고 서서 생겨났고 나는 성취로 수치심을 덮으려 노력했다(p. 125)' '성취는 나를 기쁘게 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이었(p. 125)'고, 내 '불안의 근원(p. 125)'이자 '내가 받는 조건부 사랑의 절대 조건이었다(p. 125)'
이제라도 알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원인을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위로가 되는 법. 내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수치심과 동고동락하는 방법을 천천히 찾아가 보는 일.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 숨어있는 수치심을 잘 살펴보고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이 책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거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수치심을 이해하며, 더 나은 자기 수용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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